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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밀양' 비극 속에서 구원을 외치다

by sseh 2023. 11. 27.

 

격정적인 감정의 소용돌이 속 구원을 향한 처절한 몸짓

영화 '밀양'의 가장 핵심적인 주제는 비극적인 사건으로 인해 무너지는 삶 속에서 슬픔과 좌절로 휘몰아치는 격정적인 감정적인 소용돌이 속에서 어떻게든 사건이 있기 전의 일상으로 돌아가 남은 여생을 잘 살아내기 위해 지옥 같은 현실을 벗어나고 평화로움을 되찾아 구원받기를 원하는 주인공이 고군분투하며 인생의 의미를 찾아가는 여정입니다.

이 영화는 전도연이 연기한 주인공 신애가 남편을 잃고 난 뒤 상실감으로 힘들어하면서도 아들과 함께 두 식구가 전혀 연고 없는 새로운 도시에서 마음을 다잡고 인생을 바로 세워 남 부럽지 않게 살아가려는 노력을 보여주면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갑니다. 새롭게 이사 온 신애와 신애의 아들 두 식구에게 낯선 도시에 이미 터를 잡고 살아가던 마을 사람들의 관심이 쏟아지면서 주변의 따가운 시선을 이겨내기 위해 돈이 많은 척 허세를 부리고 방어적인 태도로 마을 사람을 멀리하던 신애는 허울을 만들며 애써 잘 지내는 척 스스로와 주변을 속이며 삶을 지탱해 가지만, 오히려 부자인 척했던 일 때문에 사랑하는 신애의 아들이 웅변학원 원장에게 유괴를 당하고 결국 죽임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함으로써 애써 눌러왔던 신애의 가시지 않은 슬픔이 폭발하면서 좌절감을 더욱 크게 맛보게 됩니다. 이런 비극적인 상황 속에서 신애가 느끼는 심오한 감정적 깊이는 그 어떤 영화적 기법보다도 이창동 감독이 구현한 신애의 감정 기복을 표현한 장면들에서 매우 효과적으로 드러나며 관객 또한 신애의 슬픔에 공감하며 개탄스럽고 불운한 신애의 삶에 대해 동정심을 느끼게 합니다. 이러한 슬픔과 좌절의 늪에 빠져 허우적 대며 일상으로의 회복과 마음의 안식을 얻는 구원을 얻고자 다시 한번 힘을 내서 마음을 치유하려 처절하게 노력하는 신애의 모습에서 한 영혼의의 굳건함과 경외심이 드러납니다. 극단적인 이야기 전개 속에서도 신애는 격한 감정의 기복을 요리조리 교묘하게 헤쳐나가려 애쓰는 모습을 연출한 것은 이창동 감독의 훌륭한 영화적 감각을 보여줍니다. 이 영화는 사랑하는 가족을 연달아 잃었을 때의 상상할 수 없는 슬픔과 가슴속의 깊은 쓰라림을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해 줍니다.

 

섬세하고 심도 있는 훌륭한 연기

영화 '밀양'에 출연한 배우들 가운데, 주인공인 신애 역을 맡은 배우 전도연의 섬세하면서도 심도 있게 감정을 풀어내는 연기는 영화를 보는 관객들이 신애의 마음을 따라 함께 무너져 내려가는 과정을 함께 겪을 수 있게 해 주며, 깊은 슬픔과 좌절의 낭떠러지 아래에서 피어오르는 생명의 강인함을 엿볼 수 있게 합니다. 남편을 잃고 아들까지 잃게 되어 크게 상실감을 경험하는 신애의 이야기를 표현하는 탁월한 짜임새와 신애가 겪은 일들에 복잡하게 엮인 다른 등장인물들 사이의 관계가 변화하는 과정은 관객에게 영화의 모든 서사를 설득력 있게 보여주고, 관객이 등장인물들에게 크게 공감할 수 있게 만듭니다. 특히 신애가 처음 이사 온 날부터 크게 관심을 갖고 여러 가지 일을 도와주던 자동차 정비사 역할의 배우 송강호가 신애와 의사소통하면서 관계가 발전해 나가는 양상은 자연스럽게 인간관계가 변화하는 흐름을 찬찬히 보여줍니다. 신애가 새로운 터전에 자리 잡기 위해 기존에 밀양에 있던 마을 사람들과 밀고 당기기를 조절하며 교류하는 것은 누구나 겪을 법 한 사람들 사이의 상호작용을 영화 속에서 섬세하고 꼼꼼하게 풀어헤쳐 관조할 수 있게 합니다. 이 영화는 배역을 맡은 배우들의 심도 있는 훌륭한 연기 실력과 서사를 풀어나가는 감독의 연출 기법이 시너지 효과를 내어 단순한 비극적 사건을 보여주는 것 이상으로 한 인간의 희로애락과 끝까지 잘 살고 싶어 하는 본능적으로 강한 생명력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합니다. 등장인물들 사이의 모든 관계가 캔버스에 그려지고 숨겨왔던 비밀이 밝혀지면서 영화 '밀양'은 이야기 그 자체만으로 형용할 수 있는 심오한 가치 그 이상의 것들, 즉 인간의 고유한 상태와 그 존재를 규정하는 요소들의 연결 고리를 발견할 수 있게 합니다.

 

영화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독특한 영상미

이창동 감독의 영화를 연출하는 기술은 이야기 그 자체를 넘어 영화의 시각적인 부분까지 관객을 사로잡습니다. 한국 소도시의 한적하고 고즈넉한 풍경 속 아름다움을 절제하여 표현함으로써 주인공 신애의 감정을 적절히 강조했고, 고풍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비극이 더욱 두드러지도록 함으로써 관객의 몰입도를 높였습니다. 슬픔으로 가득 차 비애를 느끼는 신애가 울부짖는 장면에서 쓸쓸하게 갈대가 바람에 휘날리는 장면을 넣음으로써 고독과 외로움, 세상에서 혼자가 된듯한 사무치는 절망감을 관객들이 함께 느낄 수 있도록 고요하게 표현함으로써 주인공의 감정 표현을 더욱 섬세하게 느낄 수 있게 했습니다. 이러한 다양한 기법을 통해 이 영화는 더욱더 몰입감 있는 분위기를 형성하여 관객들이 마음을 지그시 눌러오는 감정적 무게를 온전히 경험하는데 한 발짝 더 다가가도록 했습니다. 영화 전반에서 느낄 수 있는 '밀양'의 독특하고 뻔하지 않은 영상의 아름다움은 영화에서 드러내고자 했던 핵심 메시지를 강하게 전달하는데 큰 효과를 나타냈고, 주인공과의 심리적, 감정적 거리를 좁혀 관객들이 영화가 의도한 대로 감정선을 따라 이끌리는데 가장 큰 역할을 했습니다. 영화 속에서 아름다운 영상미를 통해 구현 가능했던 슬픔과 구원, 그리고 큰 상실감을 겪은 인간이 마음을 다시 회복하려는 투쟁에 대한 탐구는 어떤 문화권에서도 공감할 수 있도록 모든 경계를 뛰어넘어 관객들에게 보편적으로 친근하게 다가갑니다.